발칸반도의 버려진 공항들: 냉전 지하 기지와 유고슬라비아 해체의 흔적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에 걸친 발칸반도에는 이미 운영을 멈춘 공항들이 여러 곳 남아 있다. 영국 매체 Far Out Magazine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이 가운데 일부는 냉전기 핵 위협 속에서 지어진 군사시설이고, 일부는 유고슬라비아 해체 과정에서 파괴된 군용 기지이며, 나머지는 단순히 자금이나 수요가 끊긴 지역 공항이다. 오늘날 무너진 터미널, 갈라지고 잡초가 뒤덮인 활주로, 텅 빈 격납고는 20세기 이 지역 역사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이 되었다.
Zeljava/Object 505: 산 속에 숨겨진 지하 공항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경에 위치한 Zeljava는 Pljesevica 산 앞에 다섯 개의 활주로를 두고 있으며, 주변에는 붕괴된 군사 건물과 부식된 기체들이 흩어져 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부분은 산 앞이 아니라 산 속에 있다.
냉전기 유고슬라비아는 공군기지가 최초 공격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Object 505(또는 Klek)라는 시설을 만들었다. 암반을 뚫어 2마일이 넘는 터널을 조성해 대형 지하 격납고를 만들고, 정비 공장과 조종사 숙소까지 갖춰 당시 유고슬라비아 공군의 MiG-21 전투기가 사용했다. 기체는 굴 속에서 공격을 피한 뒤 다시 출격할 수 있었으며, 이 기지는 오랫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고 인민군이 철수할 당시, 군은 시설이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폭파를 결정했다. 폭파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 일부 터널과 활주로만 손상되었을 뿐, 기지 전체가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도시 탐험가와 그래피티 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어 벽면 곳곳이 그림으로 덮여 있지만, 아직 불발 지뢰 신고가 있는 지역이라 위험성도 여전하다.
Gjader: 알바니아 고립주의가 낳은 산속 기지
알바니아는 유고슬라비아의 위협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Gjader 공군기지를 건설했다. 1969년 착공했고, 완공 후에는 산 내부에 항공기 약 50대와 필요한 인력·장비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극도로 편집증적이고 고립주의적이었던 엔베르 호자(Enver Hoxha)의 공산 정권은 오늘날 북한과 자주 비교되는데, 이 숨겨진 지하 터널들은 이웃 국가의 침공을 두려워한 그의 심리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호자 사후에도 기지는 계속 사용되다가 2000년에야 운영을 멈췄지만, 그 전부터 유지 관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1997년 알바니아 정치 혼란기에는 기지가 침입을 당해 관제탑을 포함한 여러 건물이 파괴됐다. 현재도 이곳은 항공기 보관 용도로 일부 쓰이며 여전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Ponikve: 1999년 NATO 폭격이 남긴 활주로
세르비아 서부에 위치한 Ponikve는 규모나 역사에서 Zeljava에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기록을 남겼다. 원래 군사용으로 지어진 대형 활주로는 1990년대 중반 간간이 민항기 운항에도 쓰였다. 1999년 NATO가 유고슬라비아를 상대로 폭격 작전을 벌이는 동안 Ponikve는 반복적으로 타격을 입어 심각하게 파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