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opje 2014: 도시가 스스로 만든 '역사'

북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Skopje) 시내를 걸으면 대리석 열주와 차도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개선문, 곳곳에 놓인 전사와 왕의 청동상, 그리고 알렉산드로스 대왕 기마상이 눈에 들어온다. 고전 도시 같은 풍경이지만 Far Out Magazine 보도에 따르면 이 '유적'들의 실제 나이는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모두 2010년 시작된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 'Skopje 2014'의 결과물이다.
스코페는 발칸반도 중심에 위치해 로마, 비잔틴, 불가리아, 세르비아, 오스만, 합스부르크 등 여러 제국의 지배를 거쳤고, 20세기에는 유고슬라비아 왕국과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의 일부였다. 테레사 수녀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1963년 지진과 단게 겐조의 모더니즘 청사진
1963년 7월 26일 규모 6.0의 지진이 스코페를 강타해 20초 만에 시내 건물의 약 80%가 파괴됐고 1000명 이상이 사망, 약 15만 명이 집을 잃었다.
재건을 위해 각국의 자금과 건축가들이 모여들었고, 시내 중심부 재건 설계 공모전에서 일본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선정됐다. 이후 10년에 걸쳐 그는 동유럽식 브루탈리즘 콘크리트 건축과 일본 전통 공간 개념을 결합해 도심을 재건했고, 그 결과 독특한 스타일의 모더니즘 지구가 형성됐다.
Skopje 2014: 구조물 130여 채, 조각상 200여 점
2010년 발표 당시 Skopje 2014는 기념물 약 40개와 건물 약 20채를 신축·개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이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다. 수년 사이 130여 개의 구조물이 새로 지어지거나 기존 건물 외벽에 신고전주의 양식의 외피가 덧씌워졌다. 새 다리도 건설됐고, 사회주의 시대 건물들은 콘크리트 장식으로 뒤덮였다.
시내에는 역사 인물과 민족 설화를 소재로 한 조각상 약 200점도 새로 세워졌다. 단게 겐조가 남긴 깔끔한 모더니즘 거리 풍경은 촘촘한 바로크풍 장식과 모조 고전 양식 요소로 덮여버렸다.
예산 논란과 국가 서사
비용 문제도 논란거리다. 계획 당시 예산은 약 8000만 유로였으나, 일각의 추산에 따르면 최종 지출은 5억 유로에 육박한다. 관련 사건으로 경찰 기소가 이뤄진 적은 없지만, Far Out Magazine 기자가 현지를 방문했을 때 주민들 사이에서 당시 부패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북마케도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비교적 젊은 국가다. 민족 영웅으로 내세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그리스 역사와도 깊이 겹치고, 근현대의 기억은 유고슬라비아 시절과 얽혀 있다. Skopje 2014는 이런 역사적 조건 속에서 도시에 시각적인 '고대'를 덧붙이려 한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