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Nigel Godrich, 2000년대 인디록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었나

영국 매체 Far Out Magazine이 최근 프로듀서 Nigel Godrich를 조명하며, 그가 Radiohead의 1997년작 《OK Computer》 이후 10년간 걸어온 작업 궤적을 되짚었다. 당시 20대에 불과했던 이 런던 출신 프로듀서는 신세대 레코딩 엔지니어의 기준점으로 떠올랐고, 세기 전환기에 여러 협업을 거치며 '공간감, 밀도, 질감'을 영국식 인디록의 주류 언어로 밀어올렸다.
《OK Computer》 이후 첫 협업들
《OK Computer》의 성공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가 Godrich와의 협업을 원했다. 첫 '당첨자'는 Beck이었다. 1996년 《Odelay》로 상업적 성과를 거둔 그는 Godrich를 할리우드로 불러들여 훨씬 몽환적이고 우울한 톤의 《Mutations》를 완성했다. Beck은 당시 호주 신문 The Age와의 인터뷰에서 Godrich가 감상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과잉되지 않게, '감정이 담긴 사운드(an emotional sound)'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여름, Pavement의 보컬 Stephen Malkmus는 밴드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Terror Twilight》를 녹음하며 Godrich와 처음 협업했다. Malkmus는 2017년 Talkhouse Music Podcast에서 이것이 Pavement가 유일하게 프로듀서를 기용한 사례였다고 밝혔으며, Godrich를 '신세대 프로듀서 중 알파'라고 칭했다. 동시에 그는 이 앨범이 '클래식 록 스타일로 과잉 제작된' 10만 달러짜리 앨범이었고, 결과물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직언했다.
같은 시기 Neil Finn과 REM도 Godrich를 찾아, 각각 《Try Whistling This》와 《Up》의 믹싱을 맡겼다. 판매 면에서 《OK Computer》 직후 나온 이 작업물들은 모두 흥행작이라 보기 어려웠다. Beck의 앨범은 《Odelay》에 크게 못 미쳤고, REM의 《Up》은 상업적 부진을 겪었다.
《The Man Who》와 영국식 인디의 제작 표본
전환점은 1999년 그가 스코틀랜드 밴드 Travis와 작업한 두 번째 앨범 《The Man Who》였다. 이 앨범은 그해 예상 밖의 히트작이 되었으며, Radiohead 노선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다듬어 멜로디를 짙고 섬세한 레이어로 감쌌고, 이후 5년간 영국식 인디 음악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Travis의 보컬 Fran Healy는 2000년 NME와의 인터뷰에서 Godrich의 프로듀싱 능력이 그의 레코딩 엔지니어 능력에 필적하며, 좋은 연주를 이끌어내는 데 능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Coldplay, Keane, Snow Patrol 등의 밴드가 실제로 그를 기용하지 않고도 비슷한 스타일의 팝 앨범을 만들어냈다.
유행 편승 대신 장기 협업
Godrich 본인은 영국 각지에서 등장한 Radiohead·Travis 추종자들을 좇지 않았고, 대신 같은 아티스트들과 여러 앨범에 걸쳐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쪽을 택했다. 2000년대 초반 그는 The Divine Comedy의 여러 앨범을 제작했고, Beck과 다시 손잡아 이별을 주제로 한 《Sea Change》를 완성했으며, Air의 《Talkie Walkie》 등 그 시기 칠아웃과 드림팝 사운드를 정의한 작품들을 맡았다.